유전학, 기존 약물을 우울증 약으로 개발
수정일 2018년 07월 10일 화요일
등록일 2018년 07월 10일 화요일
▲우울한 사람(출처=셔터스톡)

지난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3%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우울증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우울한 기분이 2주 이상 이어지는 증상이다. 우울증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흔하며 증상은 우울감, 자존감 하락, 즐거운 일에 대한 관심 저하, 에너지 부족, 이유없는 신체 통증 등이다. 우울증 환자의 2~7%가 자살을 선택하며 자살을 한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우울증 병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우울증의 원인은 복잡하다. 환경 요인, 심리적 요인, 유전적 요인이 모두 복합적으로 적용된다. 최근 삶에 큰 변화가 있었거나, 가족력이 있거나, 약물을 복용 중이거나, 건강 문제가 있다면 우울증에 걸리기 더 쉽다. 불법 약물, 즉 마약을 복용하는 사람들도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우울증을 앓기 쉽다.

미국 정신과 학회는 우울증에 유전학이 기여하는 수준이 약 40%라고 말했다. 네이처 제네틱스 저널에 실린 연구는 약물 개발 및 위험성 진단 테스트를 위한 새로운 기준을 정립했다.

▲우울한 기분으로 해변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출처=셔터스톡)

우울증과 관련된 44개의 유전적 위치

연구진은 우울증과 관련된 44개의 독립적이고 중요한 유전적 위치를 밝혀냈다. 14개는 기존에 밝혀졌던 것이며, 30개는 새로 밝혀진 것이다. 유전적인 우울 장애는 불면증, 피로감, 비만 등과도 연관이 있다고 한다. 유전자 접합에 관련된 유전자 또한 풍부해졌다. 유전자 접합이란 DNA의 어떤 분자가 다른 DNA분자에 부착하는 것인데, 이번 발견은 우울증에 걸린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각기 다른 유전자 서명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이런 유전자 접합 표현형을 역전시키는 새로운 약물을 개발하면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가설의 기반을 마련한다. 어떤 연구에 따르면 교육 수준이 낮고 비만일수록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으며, 우울증과 조현병은 유전학적으로 일정 부분 중복된다.

우울증 치료제 후보 선정

우울증에 사용되는 기존 약물은 부분적으로만 효과적이며, 모든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약 개발이 절실하다. 현재의 항우울증제는 우울증 정도가 심할 때만 효과를 보인다. 이에 따라 헬레나 가스파르와 동료 연구진은 44개의 유전적 위치를 기반으로 우울증 약 개발을 위한 새로운 분석을 실시했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바이오리시브(BioRxiv)에 실렸다. 이들은 네이처 제네틱스 저널에 게재된 연구를 참고해 각종 약물 데이터 베이스를 체계적으로 검색한 뒤, 이미 의학적으로 승인 돼 다른 질병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으면서 우울증 치료에도 응용될 수 있는 약물을 찾아냈다. 즉, 기존 약물의 용도를 변경해 우울증에 적용하는 것이다.

최고의 약물

그 결과 연구진이 밝혀낸 우울증 치료제로 사용 가능한 최고의 약물은 프레가발린, 니트렌디핀, 알리자프라이드, 퀴나골라이드, 시클란델레이트, 가바펜틴, 게피론, 메소리다진, 레보노게스트렐 등이다. 이 약물은 대부분 칼슘 채널 조절제 또는 도파민 수용체 D2 조절제이다. 레보노게스트렐은 성호르몬이 글로불린과 결합하도록 만드는 효과도 있다. 연구진은 또한 유전자 발현 정보가 통합된 우울증 약 표적 네트워크를 보여주는 도구도 개발했다. 연구진이 언급한 우울증 약은 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뿐만 아니라 칼슘 채널, 도파민, 세로토닌, 히스타민, 가바 수용체를 목표로 한다. 에스트로겐을 목표로 하는 이유는 여성에게서 우울증이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존 약물의 용도를 변경해 우울증을 치료한다는 이번 연구 결과는 매우 흥미로워서 다른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그 효과가 실제로 나타나는지, 부작용이 나타나는지, 우울증이 감소하는지 증가하는지를 밝히기에는 아직 연구가 부족하다. 그러나 용도 변경 약물이 현존하는 우울증 약과 비슷한 경로로 작용한다면 우울증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약물이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으려면 임상 실험이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이런 약물들은 이미 기존에 사용되던 약물이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신약보다는 승인 절차가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심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