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우탄(출처=셔터스톡)

유전자 코드 복원으로 세 번째 오랑우탄 종이 밝혀지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에서 기존 오랑우탄과는 다른 새로운 종의 오랑우탄이 발견됐다. 이 오랑우탄의 유전자 코드를 복원한 결과 세 번째 우랑우탄 종인 '타파눌리 오랑우탄(Tapanuli orangutan)'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세 번째 오랑우탄 종은 1997년 인도네시아 산림 지역을 탐사하던 중에 발견됐다. 연구진이 오랑우탄의 37개 게놈을 분석한 결과, 이 세 번째 종은 약 70만 년 전 보르네오 오랑우탄(Bornean orangutan)에서 파생된 종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20년간의 연구

호주국립대학의 환경보호 과학자인 에릭 메이자드(Erik Meijaard) 박사는 오랑우탄 종을 확인하기 위해 20년간 형태학적 데이터 및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오랑우탄의 머리뼈 1개와 2종의 게놈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한편 미국 일리노이대학의 레베카 스텀프(Rebecca Stumpf)는 머리뼈와 게놈의 샘플 수가 적어 타파눌리를 기존의 오랑우탄과 다른 별개의 새로운 종으로 정의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타파눌리를 새로운 종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영장류 동물학자인 비루테 갈디카스는 타파눌리가 새로운 종이라는 증거는 유전적 증거뿐만 아니라 해부학적인 증거도 있다고 밝혔다.

스위스 취리히대학 교수인 미카엘 크루젠(Michael Krützen)은 이번 연구는 야생 오랑우탄 연구 중 최대 규모의 유전자 연구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새롭게 발견된 오랑우탄의 유전자와 기존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 타파눌리 오랑우탄은 300~350만 년 전부터 존재했으며 아시아 대륙에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로 건너온 오랑우탄의 후손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현재도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며 지금 연구는 과학적 과정의 일환이기 때문에 수년 후 이와 상반되는 새로운 데이터가 발견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종에 따른 오랑우탄의 특징

영국 리버풀존무어스 대학 교수이자 영장류 생물학자 서지 위츠(Serge Wich)는 타파눌리 오랑우탄의 특징 중 하나는 수컷 오랑우탄이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소리를 엄청 크게 낸다고 설명했다. 이 소리는 숲에서 1㎞ 거리까지 전달될 수 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의 졸업생인 제임스 어스큐(James Askew)가 오랑우탄 3종의 울음 소리를 녹음해서 분석한 결과, 종별로 수컷의 울음소리가 다르다고 밝혔다. 수마트라 오랑우탄은 저음으로 길게, 보르네오 오랑우탄은 고음으로 짧게 소리를 내는 반면, 타파눌리 오랑우탄은 고음으로 길게 소리를 낸 것.

또한 오랑우탄은 종에 따라 두개골 모양도 각기 다르다. 연구진은 2013년 11월 북부 수마트라의 바탕 토루(Batang Toru) 밀림 지역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수컷 오랑우탄의 두개골을 복원했다. 이 오랑우탄을 발견하기 8일 전에는 타파눌리 산림 지역에서 사람에게 다쳐 심하게 상처를 입고 몸에 공기총알이 박힌 오랑우탄이 발견됐다. 오랑우탄은 치료를 받았지만 발견 후 8일 후 사망했다.

수마트라 오랑우탄 보호 프로그램 운영자이자 보존 생물학자인 매튜 노박(Matthew Nowak)은 연구진이 이 오랑우탄들을 대상으로 수마트라 오랑우탄의 두개골, 턱, 치아 등의 특징을 관찰했고 말했다.

위츠 교수는 타파눌리 오랑우탄의 발견으로 대형 유인원의 종류가 기존 7종에서 8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타파눌리 오랑우탄은 800마리밖에 남아있지 않아 곧 멸종 위기 동물로 등록될 것으로 보인다. 타파눌리 오랑우탄은 425평방 마일 규모의 숲에서 살고 있다.

오랑우탄 보호

국제오랑우탄재단(Orangutan Foundation International)의 갈디카스(Birute Galdikas) 박사는 타파눌리 오랑우탄의 발견으로 수마트라와 보르네오 오랑우탄의 남은 개체들을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도 더 활발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야생 오랑우탄은 총 12만 마리 남아있으며 그 중 수마트라 오랑우탄이 1만 4,000마리, 보르네오 오랑우탄이 10만 5,000마리 정도다.

수마트라 오랑우탄 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생물학자인 가브리엘라 프레데릭슨(Gabriella Frederikson)은 지역 정부가 바탕 토루 산림 지역에서 벌목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이 지역의 약 85%가 부분적으로 보호되고 있으나, 나머지 15%의 지역은 수력발전 댐이 들어선 상황이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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