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발표된 연구에서 정자 수 감소로 인한 인간 멸종의 가능성이 제기됐다.

정자 수를 연구한 200여 건의 자료를 조사한 결과, 서구 남성의 정자 수가 지난 40년간 거의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연구팀은 지난 1973년부터 2011년 발표된 정자 관련 논문 7천500건 중 185건을 뽑아 통합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 40년간 북미와 유럽, 호주 등 산업화한 서구에 사는 남성들의 정자 농도가 52.4% 감소했고, 정자 수는 59.3% 줄었다. 심지어 이 감소 속도는 계속 유지되는 가운데 더욱 빨라질 가능성까지 보이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이스라엘 히브리대 하가이 레빈 교수는 이번 연구가 남성의 생식 능력에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며 "우리가 사는 환경과 노출되는 화학 물질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추세가 인간을 멸종으로 몰아넣을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 충격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남미 그리고 아프리카 대륙 남성의 정자 수 감소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관련 연구가 극히 적어서 단순한 데이터 부족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일단 정자수의 감소가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는 현상인 점에서 증거 발견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과거의 정자수가 실제 숫자 보다 부풀려져서 기록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감소 폭이 생각보다 낮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영국 셰필드 대학의 앨런 페시 교수는 "지금까지 발표된 인간 정자 수가 줄어들었다는 연구는 확신을 주지 못한다"며 이번 연구 결과 또한 믿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페시 교수는 "레빈 교수의 연구가 기존 연구의 많은 결점을 극복했다"고 평가하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앞으로 더 나은 연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자수 감소에 대해 히스테리적인 공포를 일으키기보다는 냉정히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이번 연구는 정자 수 감소의 이유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다. 그러나 레빈 교수는 앞선 연구에서 정자수 감소가 환경과 생활방식의 영향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출생 전 화학물질 노출과 성인이 된 이후의 살충제 노출, 담배, 스트레스와 비만 등이 요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레빈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드러난 정자 수 감소 문제의 긴급성을 강조하며, "더 늦기 전에 화학물질 노출 규제를 비롯한 각종 사안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휴먼 리프로덕션 업데이트 저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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