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픽사베이

늘어나고 구부러지는 수술용 접착 물질이 개발됐다. 잘 끊어지는 기존의 수술용 봉합제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8일(현지시간) <사이언스>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미 하버드 대학교 산하 위스 응용생체공학 연구소와 존 폴슨 공과대학은 민달팽이 점액에서 착안해 젖은 표면에도 붙으면서 구부러지기도 하는 접착 물질을 공동 개발했다.

외신 보도에 의하면, 이 늘어나는 접착 물질은 향후 수술 봉합용 실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기존의 수술 봉합제는 자체로는 접착력이 강하지만, 구부러지거나 늘어나지 않은 탓에 쉽게 끊어지는 편이다.

미 캘리포니아 대학교 생체공학과 교수 필립 미서스미스는 이 접착 물질에 대해 "접착력이 현재 시장에 나온 제품들보다 10배 정도 더 나은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미서스미스 교수는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 물질은 다양한 장기에는 물론 물기가 있는 상황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돼지 장기로 실험한 결과, 이 물질은 피부, 연골, 동맥, 간, 심장에 잘 붙었으며, 피가 흐르는 상황에서도 뛰어난 접착력을 보였다. 심장이 뛰는 상황, 즉 심장이 팽창할 때를 가정해도, 심장의 움직임에 맞춰 봉합한 부분이 늘어났다. 1만 배 이상 팽창한 경우에도 봉합 부분은 끊어지지 않았다.

이 접착 물질은 잘 늘어나고 구부러진다는 점에서 성장기 아이들의 장기 수술에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연구에 의하면, 물질이 잘 늘어나기 때문에 예컨대 아이들의 심장이 커져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 접착 물질은 쥐의 간을 봉합하는 실험에서도 성공적이었다. 또 수술 중 혈관을 봉합할 때 흔히 쓰이는 수술 클램프보다 상처가 적게 남았다.

▲ 출처 : 위키피디아

이 물질은 갈색 민달팽이(arion subfuscus)가 포식자를 방어할 때 사용하는 끈끈한 점액에 착안해서 개발됐다. 이 민달팽이는 포식자가 만지면 끈끈한 점액을 내보내는데, 이때 점액이 딱딱하게 굳어 제거하기 힘들다. 이 민달팽이는 일반인의 새끼손가락보다 작지만 자기 몸무게의 5%를 점액으로 사용한다.

이 민달팽이 점액과 이번에 개발된 물질은 정전기의 원리를 이용해 접착력을 발생시킨다. 정전기는 음전하가 모인 곳으로 양전하가 끌려갈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 접착 물질은 민달팽이 점액처럼 양전하를 띠는 단백질과 칼슘 이온(양전하)으로 구성돼 있고, 장기 조직은 대체로 음전하를 띠기 때문에, 다시 말해 접착 물질 속 양전하가 장기 조직의 음전하로 끌려가 붙음으로써 접착력을 발생시킨다.

▲ 정전기력을 통해 접착력이 발생하는 원리

이후에는 공유결합과 일종의 '물리적 결합'을 통해 결합력을 강화한다. 정전기력보다 강한 공유결합을 한 후 물리적으로 완벽하게 결합되는 것이다. 공유결합은 예컨대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가 만나 물 분자를 만드는 현상이며, 물리적 결합은 중합체를 구성하는 분자 사슬과 흡수력 높은 조직 표면이 결속되는 현상이다.

이 같은 결합은 빠르지만 즉각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어서 수술 시 의사들에게 시간적 여유를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는 봉합제가 너무 빨리 굳으면 곤란한 심장 수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 물질은 하이드로젤, 즉 물을 용매로 한다는 점에서도 수술용 봉합제로 적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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