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픽사베이

한·미 연구팀이 질병 유발 돌연변이를 인간의 초기 배아 단계에서 유전자 편집을 통해 안정적으로 교정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2일(현지시간) <네이처>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연구원과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학교 산하 솔크 연구소는 유전자 가위(크리스퍼 카스9)를 사용해 초기 배아 단계에서 심장 질환 유발 돌연변이를 성공적으로 교정했다.

그 결과 특정 유전자에 발생하는 돌연변이를 제거함으로써 수천 년간 내려 온 일부 유전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험관아기 관련 기술도 향상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연구에 참여한 솔크 유전자발현연구소 주안 카를로스 이즈피수아 벨몬테 교수는 "줄기세포와 유전자 편집 기술이 발전한 덕택에 우리는 수백만 명에게 영향을 끼치는 질병 유발 돌연변이를 해결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전자 편집은 아직도 초기 단계다. 이번의 초기 연구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났지만, 윤리적인 고려 사항에도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연구를 계속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유전자 가위는 수많은 질병을 치료할 만한 잠재력이 있지만, 생식세포에 의도치 않은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MYBPC3를 제거하는 과정

연구진은 비후성 심근증 남성이 기부한 피부 세포를 사용해 유도 만능 줄기세포(IPSC)를 만든 후, MYBPC3 유전자만 교정할 수 있도록 크리스퍼-카스9을 바탕으로 유전자 편집 기술을 개발했다. 표적 유전자인 MYBPC3를 크리스퍼-카스9으로 자르면, 해당 세포의 DNA 복구 메커니즘이 저절로 작동해 세포분열 단계에서 돌연변이를 교정한다. 이때 세포는 인공 DNA 염기서열이나 정상적인 MYBPC3를 사용한다.

▲ 비후성 심근증(검은색 동그라미)

연구 대상이었던 비후성 심근증은 좌심실 벽이 두꺼워지는 심장 질환으로, 약 500명 중에 1명 정도가 걸린다. MYBPC3 유전자 변이 때문에 주로 발생하며, 조기에 발견하기 힘들다. MYBPC3 유전자를 가진 부모의 아이는 50%의 확률로 이 유전자를 물려받는다. 배아 단계에서 이 돌연변이를 교정할 수 있다면, 아이만 유전을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3세, 4세까지 이 질병을 피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과학계는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질병 유전자 교정에 성공했다는 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교정된 배아세포 비율이 높았을 뿐 아니라, 표적에서 벗어난 돌연변이가 나타나거나 유전체가 불안정하지도 않았다. 이는 유전자 편집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사실 유전자 가위로 인간 배아의 질병 유전자를 교정하는 연구는 지난 2015년 중국이 최초로 성공했다. 하지만 중국 연구는 돌연변이 유전자 제거 효율이 크게 떨어지고 표적 외 유전자까지 제거하는 오류가 일어났다는 점에서 온전한 성공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이번 연구는 교정이 배아의 모든 세포에 일률적으로 일어나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일부 세포에서만 교정이 일어나면 돌연변이가 나타날 수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솔크 연구소 준 우 연구원은 "배양접시에 환자의 세포를 배양했을 때는 성공률이 낮았다. 하지만 우리는 유전자 교정이 MYBPC3 유전자가 변이되는 배아 단계에서 매우 안정적임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이는 부분적인 이유지만 크리스퍼-카스9이 돌연변이 유전자의 복제물을 자른 후에 배아가 스스로 교정을 시작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배아가 돌연변이 교정에 인공 DNA 가닥을 사용하는 대신, 건강한 유전자 복제물을 먼저 사용했다는 데 연구진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 연구원은 "우리 기술은 초기 배아에만 일어나는 DNA 복구 반응을 이용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질환 유발 유전자 돌연변이를 교정했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인간 배아의 질병 유전자 교정을 사실상 처음으로 성공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유전병 치료 등 상용화에 이르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즈피수아 벨몬테와 우 연구원도 이번 연구가 기초적인 결과물이라면서 후속 연구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즈피수아 벨몬테는 "이번 연구 결과는 배아 단계 유전자 편집이 지닌 엄청난 잠재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효과뿐 아니라 위험성도 현실적으로 계속해서 평가해 나가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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