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머가 우울증을 치료하는 직접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울증 환자들은 자기 치료의 수단으로서 유머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출처=게티 이미지)

유머나 웃음이 흔히 말하는 '최고의 명약'으로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분야는 어디일까? 우울증에 걸리면 더 뛰어난 코미디언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무조건 문제를 웃어넘기는 것만이 항상 해결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몇몇 연구진이 밝힌 바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농담을 계속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치명적일 수 있다.

유머가 우울증을 직접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실제로 우울증의 한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배우였던 로빈 윌리엄스의 죽음이 이에 대한 증거다. 우울증에 걸린 것으로 알려진 또 다른 코미디언은 토니 핸콕과 케네스 윌리엄스다.

영국정신의학저널(British Journal of Psychiatry)에 실린 한 연구는 우울증은 코미디언으로 하여금 침울한 기분으로부터 벗어날 방법을 찾도록 만들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 때문에 코미디언들은 자기 치료의 수단으로서 유머를 사용한다.

우울증이란?

미국심리학회(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는 우울증을 슬픔 이상으로 정의하며, 이 장애에 영향을 받는 사람은 흥미를 잃거나 일상에서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것, 지나친 수면과 불면증, 무가치하게 느끼는 것, 집중력 저하,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이나 자살에 대해 지속적으로 생각하는 증상을 보인다.

▲우울증은 일상생활에 대한 즐거움을 상실하는 등 다양한 증세를 보인다. (출처=게티 이미지)

유머의 종류

미국 오클라호마 주립대의 연구진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특정 유형의 유머를 사용하는 것은 자살의 원인이 될 수도 있고 자살 사고를 멈추고자하는 의도일 수도 있다. 우울증에 대처하는데 사용되는 유머 스타일은 다음과 같다.

긍정적인 유머 스타일

1. 관계형 유머

이 유형은 관계의 갈등을 완화하고 장난기 섞인 농담과 대인관계의 충돌을 줄이는 유머로 묘사된다.

2. 자기 개선

이 유형은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서도 인생을 재미있는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부정적인 유머 스타일

1. 공격적인 유머

이 유형은 다른 사람들을 비하하고 적대적인 괴롭힘과 비웃음, 풍자로 조롱하는 것을 포함한다.

2. 자기 비하

부정적인 방식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농담을 포함한다.

유머, 자살욕구 부추기기도

자살 욕구로 이어질 수 있는 유머의 종류는 '자멸적인 유형'이다. 연구진은 문제 해결방식으로 이 유형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좌절된 소속감(thwarted belongingness)'과 '인식된 부담감(perceived burdensomeness)'을 느낀다고 말한다. 좌절된 소속감이란 사랑하는 사람들과 단절되어 자신에 대해 충분히 신경 쓰지 않는다는 느낌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인식된 부담감이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그저 짐일 뿐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자멸적인 유머를 사용하는 사람은 보통 농담을 통해 자신의 결함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에 가까운 사람들이 재미있다는 반응을 하면 스스로에게 결함이 있다는 것을 더 증명하는 꼴이 된다. 자기 패배적인 유머를 하는 사람은 부정적인 방법으로 우울증에 대처하는 경향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자살 사고를 막는 또 다른 유머가 있는데 이는 관계형 또는 공감형 종류의 유머를 말한다. 이 유머는 사람 사이에 관계를 형성하고 사회적인 긴장을 없애주기 때문에 자살 충동을 느끼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유머러스한' 우울증의 세 가지 측면

2014년 1월, 한 연구 결과에 따라 코믹 연기가 양극성 장애의 조증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연구 저자 중 한명인 빅토리아 안도 박사는 극도로 고양된 기분에 사로잡히는 것이 빠르게 전환하는 아이디어와 섞여있기 때문에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연구진은 조울증을 겪은 유명한 영국 코미디언 스파이크드 밀리건을 사례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코믹 연기의 달인이었던 밀리건의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그의 조증 상태에 의해 야기되었다고 주장한다.

우울증을 앓은 코미디언들은 '내향적 무쾌감증'과 '외향적 충동성'이라는 두 가지의 상반된 성격 프로파일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허핑턴포스트(Huffington Post)는 해당 연구를 언급하면서 두 가지 특징, 즉 "사교적으로 반대되는 성격적 특성인 비사교적이고 우울한 기질과 외향적이고 고양된 기질이 혼합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코미디언에게서 발견된 또 다른 특성은 '충동적 비접합성'으로, 반사회적이며 충동적으로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기분으로 인해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 세 가지 특징은 일부 코미디언이 양극성 장애로 고통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코미디언과 우울증

뉴 데일리(New Daily)는 코미디언이 다음과 같은 이유로 대처 방식으로서 유머를 사용한다고 보도했다.

1. 일시적인 안정

호주 심리학회(Australian Psychological Society)의 명예 교수인 밥 몽고메리 박사는 코미디언들이 '내면의 악마를 마주하기 위해' 페르조나의 일부인 유머를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몽고메리 박사는 "그러나 이것은 우울증을 완화시키는 일시적인 방법이고 곧바로 무력감에 다시 빠져든다"고 덧붙였다.

호주의 코미디언 한나 개즈비도 이를 증명한다. 개즈비는 "유머를 통해 순간적인 해방감을 맛보지만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2. 두려움의 표현

코미디언이자 작가, 프로듀서로도 활동하는 팀 퍼거슨은 "웃음은 두려움에 대한 신체적 반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일이 잘 풀릴 때는 웃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퍼거슨은 "코미디언들이 희곡을 쓰는 일에 능숙해지도록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고 말한다.

개즈비는 "슬픔에 관한 것이 아니라 창조적인 사람이 가진 민감성에 대한 이야기다"라고 말함으로서 관련 진술을 강화한다. 개즈비는 "만약 세상에 대해 민감하다면, 아름다움과 미묘함 모두에 민감한 것이며, 그것은 매우 잔인한 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유머는 약점에서 시작된다

'병든 유머(Sick Humor)'라는 주제로 2015년에 열린 멜버른 코미디 페스티벌은 코미디언이 고독감, 알코올 중독, 정신건강 문제, 성적 학대, 자살시도와 같은 어려움을 어떻게 직업적 활동에 반영시켰는지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행사에 참여했던 베테랑 코미디언인 로렌스 무니는 중독, 비탄과 자기 비하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여러 번 자살을 시도했다.

무니는 유머가 코미디언이 겪는 공허함을 채워주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코미디언에게는 어두운 구석이 있다. 관객들은 호기심이 많으며 그 안을 들여다보고 싶어한다.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코미디가 성공한다. 누구에게나 실패 경험은 흥미로우나 성공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무니는 "실패한 자살 시도를 이야기하는 것은 유머러스하다. 잔인할 정도로 정직한 것은 매우 익살스럽다. 관객들을 당혹하게 만들고 민망하게 하며 걷잡을 수 없이 웃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살 지표로서의 유머

안도 박사와 연구진이 수행한 결과에 따르면, 유머가 자살 지표 중 하나로 활용될 수 있다. 임상의는 환자가 사용하는 유머 방식을 가까이에서 살피고 목숨을 앗아가는 시도를 하기 전 나타나는 경고음이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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