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쇄살인범은 살인하고 싶은 충동을 자제하지 못 한다(출처=게티이미지뱅크)

연쇄살인범에게 살인은 멈출 수 없는 중독이다. 그들은 목표를 정해 차례차례 살인을 저지르고, 희생자의 시체에 섬뜩한 표식을 남기기도 한다. 연쇄살인범이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는 개인적 증오나 공포, 유년시절의 불행한 기억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연쇄살인범' 용어의 기원

1970년대에 FBI 요원이자 프로파일러였던 로버트 레슬러가 연쇄살인범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레슬러는 1974년 영국경찰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다. 당시 레슬러는 살인, 절도, 강도, 강간, 방화 등 영국에서 발생한 수많은 범죄 기록을 열람할 수 있었고, 문득 어린 시절에 보았던 '연쇄적 모험(serial adventures)'이라는 영화를 떠올렸다. 연쇄적 모험은 1930~40년대에 매주 일요일이면 극장에서 상영됐던 영화다. 매회 땀을 쥐게 하는 사건이 있었고, TV 드라마처럼 결정적인 장면은 다음 회로 넘어가는 방식이어서 궁금증을 못 참은 관객들로 극장은 문전성시였다.

레슬러는 연쇄적 모험을 회상하며 매회 만족스러운 결말을 보여주지 않는 방식이 극의 긴장감을 배가시켰다고 설명했다. 레슬러는 연쇄살인범들이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지적한다. 연쇄살인범은 살인을 저지를 때 극도의 긴장감을 느끼지만, 늘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로 인해 가장 '이상적인' 살인을 이끌어낼 때까지 살인을 멈추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연쇄살인범이라는 용어는 그렇게 탄생했다.

대량살인범 Vs 연쇄살인범

사람들은 종종 대량살인범과 연쇄살인범을 혼동한다. 연쇄살인범은 주기적 혹은 간헐적으로 살인을 저지르지만, 대량살인범은 한 장소에서 한 번에 많은 사람을 죽인다. 다시 말해 연쇄살인은 범죄자가 심리적 냉각기를 갖고 세 곳 이상의 개별적인 장소에서 세 건 이상의 독립적인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를 말하고, 대량살인은 어느 한 시점에 다수의 사망자를 냈을 때를 지칭한다.

연쇄살인범의 유형

연쇄살인범은 조직형과 비조직형, 두 가지 유형이 있다.

1. 조직형 연쇄살인범

조직형 연쇄살인범은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다. 무기를 고르고 납치 및 살해 방법, 시체 처리 장소 등을 미리 계획한다. 조직형 연쇄살인범은 과학수사 기법에 정통해서 범죄 현장에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 그만큼 지능이 평균 이상이기 때문에 체포하기 쉽지 않다.

2. 비조직형 연쇄살인범

비조직형 연쇄살인범은 범행을 충동적으로 저지른다. 대부분 직업이 없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혼자 생활한다. 지능 수준이 평균 이하여서 범행 현장에서 증거를 없애거나 하는 행동은 못 한다. 무질서하고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연쇄살인범의 특징과 배경

사회과학자들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서양에서는 연쇄살인범의 90%가 25세에서 35세 사이 백인 남성이다. 여성 연쇄살인범도 있기는 하지만 매우 드물고, 대부분 독을 사용해 범행을 저지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연쇄살인범은 대부분 사이코패스거나 사회 규범을 거부하는 반사회적 성향이 강하다. 폭력적이고 가볍게 행동하며, 자제력이 부족하지만 카리스마가 있다. 연쇄살인범은 어린 시절에도 이런 특징들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어린 시절에 부모로부터 정신적 육체적 혹은 성적 학대를 받은 사례가 많다. 결손 가정에서 자라면 가정의 가치를 배우지 못할 뿐 아니라 자존감이 매우 떨어진다. 더불어 성인이 되면 정신병으로 발전한 공산이 크다.

정신과 의사 존 마셜 맥도날드는 연쇄살인범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3가지 특징으로 동물 학대, 야뇨증, 불(火)에 심취하는 행동을 꼽았다. 야뇨증이란 5세 이상 아이가 낮에는 소변을 잘 가리면서 밤에만 오줌을 지리는 증세를 말한다. 맥도날드는 "야뇨증은 부모의 방치나 학대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가 받은 충격은 나중에 고스란히 발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물 학대 행위 역시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상대적으로 도덕적 부담감이 적은 동물을 학대하다 보면 추후 사람에게 행하는 반사회적인 행동에 둔감해진다.

한편 연쇄살인범들은 하나 이상의 정신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계선 성격 장애, 조현병, 망상 장애, 강박 장애, 정신 장애, 소아성애증 등이 대표적이다.

▲조직형 연쇄살인범은 지능이 평균 이상이기 때문에 체포하기 쉽지 않다(출처=게티이미지뱅크)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심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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