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위키피디아

자신의 가계수입 분담 비중이 증가할 때 성별에 따라 심리가 다르다는 연구가 나왔다.

미 일리노이 대학교 어바나-샴페인 캠퍼스는 아내의 경우 자신이 담당하는 가계수입 분담 비중이 남편보다 클 때 우울 증상을 보이며, 남편은 자신의 비중이 커질 때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고 발표했다. 또 아이를 돌보는 등 가정주부 역할을 해야 할 때, 여성과 달리 남성은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 자신의 가계수입 분담 비중이 증가할 때, 여성은 긍정적인 감정을, 남성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

이 연구를 수행한 크레이머는 "이번 연구 결과는 노동 분업과 관련해 (전통적인) 성 역할을 어긴 부부의 경우 심리적 건강이 안 좋았던 반면, 성 역할에 순응한 경우 심리적 건강이 좋았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라고 밝혔다.

연구에 의하면 최근 여성의 교육/취직 기회는 급증한 데 비해 가사분담 및 경제활동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상대적으로 이에 못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성 역할에 따르지 않는 경우 남녀를 불문하고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아직도 남아 있다.

생계와 가사 및 육아에 대해 평등 의식이 강한 남녀에게서도 전통적인 성 역할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평등 의식이 강한 남녀 피실험자를 따로 분석했을 때도 성별에 따른 차이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평등 의식이 강한 여성의 경우 소득 및 가계수입 분담 비중이 증가할 때 정신 건강이 더 좋아졌다. 하지만 남성의 경우 평등 의식이 강하더라도 자신의 비중이 감소할 때 심리적인 타격이 컸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이 연구 결과는) 근로 정체성과 생계 전담자라는 전통적인 역할이 성 평등 의식이 강하다고 할지라도 남성에게는 지금도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라고 밝혔다.

이 대학교 연구진은 '전국청년조사' 참여한 남녀 각각 1,463명, 1,769명을 조사했다. 피실험자는 1957~1965년생으로, 대부분은 미국 베이비붐 세대에 해당됐다. 심리 검사는 7개 척도를 사용해 우울 수치를 평가하는 검사로 1991년과 1994년에 실시됐다.

▲ 출처 : 위키피디아

'직장'까지 미치는 '가정 내' 비전통적인 성 역할

이 연구 외에도 전통적인 성 역할이 사회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가 있다. 지난 2013년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는 육아 등 가정에서 비전통적인 성 역할을 맡은 중산층 남성의 경우, 전통적인 성 역할을 고수하는 남성보다 직장에서 불리한 대우를 받는다고 학술지 <사회문제>에 발표했다. 여성은 미혼/기혼 여부를 불문하고 비전통적인 역할을 고수할 경우 대우가 가장 열악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이 연구의 주요 저자인 제니퍼 버다할 교수는 "연구 대상자들은 다른 직원들과 근무시간에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동료들은 연구 대상자들이 비전통적인 역할을 맡고 있음을 알고 부당하게 대우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 가정에서 비전통적인 성 역할을 맡는다고 하면 직장에서 부당하게 대우하는 경향이 있다.

연구는 여성 근로자가 많은 집단과 남성 근로자가 많은 집단으로 나눠 두 번에 걸쳐 이메일을 통해 실시됐다. 연구 결과, 가정을 이루는 것과 관련해 전통적인 성 역할을 어긴 근로자들은 성별을 불문하고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전통적인 성 역할을 좀 더 따른 사람들이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덜 당했다. 다시 말해, 남성의 경우 가정에서 가사/육아를 더 적게 분담했을 때, 여성의 경우 더 많이 부담했을 때 대우가 나았던 것이다.

이 연구는 실제 업무 성과보다 가정에서 어떤 성 역할을 담당하는지에 따라 직장 내 대우가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는 그렇기 때문에 남성과 여성 둘 다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전통적인 성 역할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버다할 교수는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좀 더 유연한 직장과 정책이다. 근로자가 그 유연함을 사용키로 선택하든 안 하든 관계없이, 성별에 관계없이 근로자를 보호해 주는 직장과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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