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의 대상이 되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 타인의 농담을 '싫다'는 감정을 넘어 '공포'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 남들의 웃음소리만 들어도 한껏 움츠러들고 때로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사람, 웃음공포증(Gelotophobia)에 걸린 사람들이다. 웃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타인의 웃음이 조롱인지 가벼운 농담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행복의 표현 수단인 웃음을 비웃음으로 받아들인다.
웃음공포증은 '웃음소리에 대한 정서적 공포'라고 정의할 수 있다. 웃음공포증의 영문명 'Gelotophobia'는 '웃음'을 뜻하는 그리스어 'Gelos'와 '공포'를 뜻하는 'phobia'가 결합한 단어다. 웃음공포증은 전 세계 인구의 20~30%가 가지고 있으며, 그중 아시아인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스위스 취리히대학의 심리학자인 윌리발트 루크 교수가 73개국 2만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웃음공포증의 원인
웃음공포증은 어린 시절에 겪은 트라우마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유년기 따돌림에 기인한 우울증, 낮은 자존감, 사회 불안 등은 웃음공포증의 발병 요인으로 꼽힌다.
문화적 요인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실제로 웃음공포증에 대한 동양과 서양의 비율 편차가 뚜렷했다. 영국과 덴마크에서는 웃음공포증을 가진 사람이 각각 1%, 2%를 기록했고 그 외 국가들의 경우 아무리 많아도 10%를 넘지 않았다. 하지만 아시아는 남달랐다. 아시아 국가 대부분이 절반을 넘겼다. 특히 태국은 자기 주변에서 웃고 있는 사람들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80%에 달했다. 아시아인의 경우 대부분 수치심을 방어기제로 갖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웃음공포증의 징후 및 증상
웃음공포증으로 추정되는 징후 및 증상은 다음과 같다. 첫째, 웃음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둘째, 남이 웃는 소리를 들으면 화를 내거나 극단적으로 두려움을 느낀다. 셋째, 대인 관계에서 어쩔 줄 몰라 한다. 넷째, 현기증을 느낀다. 다섯째, 얼굴이 붉어진다. 여섯째, 잠을 제대로 못 잔다. 일곱째, 스트레스성 두통을 앓는다. 여덟째, 몸을 떤다.
웃음공포증 환자는 누군가 웃는 소리를 들으면 혼란에 빠져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래서 상황을 애초에 피하려고 애쓰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폭력으로 분출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어느 쪽이든 대인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웃음공포증의 치료
웃음공포증은 최근에 발견되어 한창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다. 따라서 검증이 끝난 정확한 치료법이 현재로서는 없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이택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