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에너지로 알려진 풍력발전이 조류와 박쥐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출처=셔터스톡)

청정에너지로 알려진 풍력발전이 조류에게 해를 미쳐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풍력발전단지가 조류의 이주 패턴을 방해하고, 거대한 날개에 부딪쳐 죽는 조류와 박쥐가 부지기수라는 지적이다.

환경전문가들은 풍력터빈과 충돌해 죽는 조류가 매년 10만~30만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전 세계에서 기름 유출 사고로 죽은 조류의 수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철새박쥐의 피해도 상당했다. 영국 컨설팅업체 에이서 에콜로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풍력터빈 때문에 죽은 철새박쥐의 수가 독일에서만 2백만 마리에 달했다.

학자들은 박쥐가 이동 중에 풍력터빈을 나무로 착각해 날아들다가 날개에 부딪쳐 즉사했거나, 거대한 날개가 공기를 가를 때 발생하는 압력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

▲풍력터빈과 충돌해 죽는 조류가 매년 10만~30만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출처=셔터스톡)

박쥐는 사실 몸이 굉장히 허약한 포유류여서 압력만으로도 죽을 수 있다. 이런 현상을 의학적으로 바로트라우마(barotrauma), 다시 말해 압력손상이라 한다.

실제로 캐나다 앨버타의 풍력발전단지에서 발견된 철새박쥐 사체 188마리를 부검한 결과, 90%가 내출혈로 인해 죽은 것으로 드러나 신빙성을 높이고 있다.

에이서 에콜로지의 주장대로 풍력터빈 때문에 죽은 박쥐의 수가 실제로 수백만 마리에 달한다면 생태계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곤충을 먹이로 삼는 박쥐는 여러 농작물을 보호하고 환경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풍력발전이 전 세계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청정에너지로서 매우 중요하지만,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는 점이 밝혀진 만큼 풍력발전소 건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심도 있게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16년 말 기준 미국에서 가동 중인 풍력터빈은 5만 2,000개가 넘으며, 현재 그보다 더 많은 수의 터빈이 건설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조류 및 박쥐 사망은 대부분 풍력발전기가 건설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며, 이후 운영 과정에서는 풍력터빈과 공존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화석연료의 대안 풍력발전을 부수적(?)인 피해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는 주장이 만만찮다.

하지만 우리가 풍력발전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결국 인간과 생태계가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함이다. 서로 지혜를 모아 기술·경제·환경적으로 합리적인 풍력에너지 생산 방안을 찾아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심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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