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경험을 실제보다 더 장밋빛으로 기억하는 것 (출처=셔터스톡)

1913년 엘리노 H. 포터가 쓴 소설에서 주인공 폴리아나(Pollyanna)는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긍정적인 면을 찾으려 애쓰는 소녀이다. 폴리아나의 아버지는 폴리아나에게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며 좋은 일에 집중하라고 가르친다. 폴리아나는 "글래드 게임"(Glad Game)을 하면서 이를 성취한다. 폴리아나의 입을 빌자면 글래드 게임은 "모든 상황에서 뭔가 기뻐해야 할 것을 찾는 게임"이다.

주인공의 이름을 딴 "폴리아나"라는 이 소설이 유명해지면서, 폴리아나는 매사의 긍정적인 부분에 주목하는 사람이나 성향을 가리키는 하나의 대명사가 됐다. 소설 속에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폴리아나는 차가운 성격의 폴리 이모와 함께 살게 됐지만, 쾌활한 성격과 낙천적 태도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마주하기로 결심한다. 곧 폴리아나의 초긍정적 성격은 마을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마을 사람들 모두가 글래드 게임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소설은 완전한 긍정주의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고, 1970년 마가렛 매틀린과 데이비드 스탕 등 심리학자들이 '폴리아나 원리'(Pollyanna Principle)를 생각해내는데 영감을 주었다.

폴리아나 원리란?

'폴리아나 원리'를 설명하는 데 있어 "인간의 뇌는 불쾌한 정보에 비해 유쾌하고 기분 좋은 정보를 좀 더 정확하고 정밀하게 처리한다.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실제보다 더 장밋빛으로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는 표현이 사용되곤 한다.

다른 말로 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불쾌한 기억보다 긍정적인 기억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 선천적인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중립적인 사건들조차 실제보다 더 긍정적으로 기억한다. 이런 점에서 폴리아나 원리는 '긍정성 편향'(positivity bias)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매틀린과 스탕은 '긍정성 편향'을 지닌 사람들은 자신에게 위협적이고 불쾌한 자극을 남들보다 더디게 탐지한다고 주장했다.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며 매사에 긍정적인 것은 표면적으로 좋아 보이지만, 사실 '폴리아나'라고 불리는 것은 오명이다. 과도하게 낙천적인 성격 때문에 현실적인 시각이 결여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심리학 프로그램'(Positive Psychology Program)은 우울증이나 다른 감정 장애를 앓는 사람들조차도 긍정적인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타고난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심리학자 윌리엄 뎀버와 래리 펜웰가 수행한 연구에서 이를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폴리아나 원리'와 관련하여 '긍정성 편향'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인식하는 방식을 다룬다. 이것은 '대인 긍정성 편향'(person-positivity bias)이라고 불리며, 이는 사람들이 특정 집단의 한 사람을 원래 속해 있던 전체 집단보다 좋아하는 경향이 있음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한 개인은 일반적으로 의사를 싫어하지만, 특별히 존스 박사라는 의사는 좋아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긍정성 편향'은 사람이 한 집단 또는 한 개인이 속한 집단을 보는 방식에 예외를 만들게 한다. 이것은 일부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자신이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소수 인종 출신 개인과 돈독한 우정을 쌓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한다.

누가 '폴리아나'인가?

콘웰대학교의 연구원들은 세계에서 쓰이는 주요 언어가 긍정성과 공격성 중에 어느 쪽으로 더 기울어졌는지 알아보는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독일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영어, 한국어, 아랍어, 중국어, 스페인어, 러시아어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언어로부터 10만 단어 이상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영화, TV 방송 자막, 구글 검색, 구글 서적, 노래 가사, 뉴욕타임스로부터 정보를 수집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사람들이 전달하는 메시지에는 분명 긍정적인 정서 편향성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것은 모든 인간이 '폴리아나'라는 것을 입증한다. 주요 언어의 단어들을 분석한 결과, 여전히 사람들은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라는 뜻이다.

▲ 폴리아나 원리는 거짓 기억을 형성할 수 있다. (출처=셔터스톡)

'긍정성 편향'의 부정적인 면

낙천적인 것은 훌륭한 성격일 수 있지만, 단점이 있다. 예일대학교의 신경 물리학자인 스티븐 노벨라 박사는 이를 철저히 연구했다. '폴리아나 원리'에 따라 사는 사람들은 거짓 기억을 형성할 수 있다. 낙천적인 사람들은 대개 살면서 부정적인 경험을 분명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에 좋은 기억은 아주 선명하게 기억해냈다. 이는 낙관주의자들이 부정적인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폴리아나 원리'라는 명칭을 '폴리아나 증후군'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는 심리학자들이 긍정성을 절대적으로 받아들이면 한계와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긍정성과 현실성 사이에 미묘한 균형을 찾을 필요가 있다. 특히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가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다 제쳐놓고 긍정적인 면만을 보려고 하는 사람은 타인에게 쉽게 이용당할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게다가 상황의 밝은 면에만 집중하는 것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한층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낙관주의는 고무적일 수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경험을 고려하고 이를 반성하며 되돌아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심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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